2008년 06월 11일
20080603_멋진 연주자, 아쉬운 우리들
안네소피무터 & 트론하임 솔로이스츠 내한공연
바르토크 디베르트멘토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사계.
제목만 들어도 설레이는 레파토리의 공연에서, 연주가 어떠했다..라고 말하기에 앞서
그 연주를 즐길 준비가 과연 되어있었던가를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합창석에 앉은 한 젊은(어린?) 커플은 핸드폰을 꺼내 후레쉬 터뜨리며 사진을 연이어 찍질 않나,,
(설령 연주자들에게 방해가 안 되었다 할지라도 객석에서 아주 환하게 보였습니다요)
악장마다 터지는 박수갈채...
처음에는 이토록이나 반겨주나보다..했지만 매 번 신나게 터지는 박수갈채는
듣는 도중의 감정이 확확 끊어져 객석에 함께 앉아있는 나조차도 짜증나게 했다.
급기야 바흐 협주곡 2악장이 끝나자 안네 소피 무터가 쉿~ 하는 제스쳐를 보내왔다
그리고 인터미션...
인터미션이 끝나갈 무렵 급기야 박수를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이 2번이나 나왔다.
그것도, 2부에 연주될 사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곡이며 어디어디에서 박수치면 되는지까지 친절하게..
예술의 전당에서 콘서트홀로 올라가는 계단에까지 내려와 인사하며 반겨주던 하나은행 직원들,
인터미션을 위해 준비한 각종 과일주스와 쿠키,
누구에게나 나눠주던 프로그램북,
이런 것들에 앞서
처음부터 이 공연에 대해 사실 못마땅해 했다.
500석만 유료판매, 나머지는 모두 하나은행에서 뿌려진 초대석...
내가 생각하는 문화 저변 확대에 앞장서는 기업.이란,
공연을 고객으로 점령시켜버리는 기업이 아니라,
유명한 해외 아티스트를 국내에 데려와 좀 더 싼 값에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한다거나
아니면 그 개런티로 국내 아티스트 발굴에 힘쓰는, 그런 기업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저 마케팅 도구로 아티스트를 이용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문화에 앞장서는 어쩌고 그런 단어는 삼가해주셨으면 한다.
그럼 점에서 티켓값의 절반을 하나은행에서 대준다는 할인을 받고서도 썩
유쾌하거나 감사해 하지 않았다.
공연 얘기는 없고 곁다리만 너무 늘어놓고 있네;;
이런저런 것들이 나를 화나게 혹은 슬프게 했지만 어쨌거나 공연 자체는 몹시 즐거웠다.
정석의 바흐, 그리고 새롭게 인식하게 된 사계.
특히 봄/가을의 표현이 놀라웠다.
내가 생각했던 연주, 그보다 훨씬 너머에 그들은 서 있었다.
정경화/사라장의 연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힘차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강력하다.는 것은 아니다.
활의 장력을 최대한 쓰는 느낌, 음표 하나하나, 쉼표 하나하나마저도 꽉꽉 눌러 연주하는 듯한
그 꽉찬 느낌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안네 소피 무터의 첫 바이올린 소리는 썩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와의 한몸같은 앙상블 (특히 첼로 아자씨가 멋졌다!!),
풍경적인 사계는 들을수록 빠져들었다.
사계가 솔로만을 위한 곡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 날 박수를 아낌없이-_- 쳐 주던 관객은 2부 초반에 뜸하다 다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앵콜 연주때도 마찬가지였다.
앵콜곡이 시작되고도 멈추지 않은 몇몇의 박수소리는 3번의 앵콜곡이 연주되면서 계속되었다.
게다가 어찌나들 급하신지 3층에서 내려다보이는 1층 관객들은, 첫 앵콜곡이 연주되기도 전에
빠져나갈 준비들을 하셨고;;
사계 중에서 2곡, 그리고 G선상의 아리아의 감미로운 선율..
앵콜곡을 들으면서 어수선한 객선 분위기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연주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가 여러가지로 아쉬운 공연이었다.
# by | 2008/06/11 13:04 | 一日の旅行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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